악플 오봉수 익명 속에서소리 없이 흘러인정사정없이 목덜미를 문다 출산 전 사슴 꽁무니를몇 시간째 따라다니다가어미 사슴이 지쳐 쓰러지자숨통도 끊지 않고배를 찢어서 태어나지도 않은새끼를 통째로 삼키는코모도왕도마뱀 부끄럽고감추고 싶은 곳을집중적으로 공격하여영혼까지 파괴시킨다 병든 물소를 사냥하기 위해음낭을 꽉 물고 뜯어서넘어뜨리는점박이하이에나 작가 오봉수는 시,수필 등단경찰문화대전 특선(시,산문) 창원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사천문인협회 회원, 이어도 문학회 회원 늑대거미를 토하는 여자
느티나무는 죄가 없다 오봉수 수령이 대략 오백 년쯤 되었다는 느티나무 밑 정자.경남 전설군 k 마을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서 수박과 참외를 먹고 있다.이장인 석동철은 그 가운데에 끼지도 못하고 멀찍이 서서 부러운 듯이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이장은 최근 마을에 들어온 기부금을 횡령해 주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횡령한 돈은 모두 토해내고 망신을 당했다.주민들 중에서는 경찰서에 고소를 하자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지만, 전형적인 친, 인척 관계로 형성된 마을이라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하지만 석동철은
골무꽃 / 오봉수치매로 요양원 가는 날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모든 것을 내어주던등 굽은 엄마의 자리낡은 골무가 웅크리고 있었다골무 끼고 꿰매 주던 양말도 울고창피하다던 양말 주인도 울었다골무 머리맡에 두고달빛과 더불어 뒤척이다가늦게 잠들었다바늘 끝 같은 서러움새벽잠 깨어보니온 방 가득 골무꽃 따끔따끔 피어 있었다 오봉수는계간 시,수필 등단창원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사천문인협회 회원 경찰문화대전(시,산문) 특선, 이어도 문학회 회원 늑대거미를 토하는 여자
탐욕의 불씨가 된 굴뚝 오봉수 비벼 꼬며 솟아오르는 굴뚝의 연기 속에는 희망과 탐욕이 섞여 있었다.1970년대 말이었다.안정적인 전력 생산을 한다며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화력발전소 건립 공사가 추진되면서, 주민들은 살던 보금자리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야 하는 고민에 직면했다.어느 날 성철이네도 안방에 모여, 보상금 문제와 새로운 거주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가족회의를 했다.가족이래야 아버지 엄용팔과 어머니 김옥자, 그리고 엄성철 이 셋뿐이다.마을의 다른 사람은 인근에 건립 중인 새로운 주택단지로 이사를 갈 것인지, 아니면 이번 기회
용주사*백일장 / 오봉수 용주사 작은 폭포 아래물웅덩이 왁자지껄하다 아기 물방개들바위틈에서 쉴 새 없이원고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목어(木魚)는 물웅덩이를 지긋이 바라보고탁, 탁, 탁,주지스님이 죽비로 시제를 발표했다 공양간에 세 들어 사는 고양이는간식으로 쑥절편을 준비하고 눈치 빠른 난 물웅덩이에 뛰어들어연필이 되었다 *용주사: 경남 사천시 남양동에 소재한 작은 폭포가 아름다운 사찰 작가 오봉수는2021년 계간 시 등단2023년 계간 수필 등단 창원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경찰문화대전 특선 사천문인협
반야사* 장독 / 오봉수 수국이 탐스럽게 활짝 웃는반야사에는 장독도 참선한다가부좌를 틀고 앉아사철 정진 중이다중생들이 흘리고 간애욕과 물욕을몰래 주워 와둥그런 뱃속 가득히발효시키면서묵언 수행 중이다 *반야사: 수국이 아름다운 경남 사천시 남양동에 있는 사찰 작가 오봉수는2021년 계간 시 등단2023년 계간 수필 등단 창원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경찰문화대전 특선 사천문인협회 회원 늑대거미를 토하는 여자
장날 시내버스 오봉수 승객보다 손수레가 더 많은장날 시내버스는 항상 시끌벅적하다.할머니들의 웃음소리에 정차 벨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도승객들은 감각적으로 목적지에 잘만 내리고등교하던 학생들은 소금기로 바닥이 미끄러워도조심조심 걸어가 버스 손잡이도 잘 잡고기사 아저씨는 할머니들이 느릿느릿 내려도싫은 내색 하나 없이 기다려 주고중학생들은 할머니들 짐과 손수레 내리는 것을자연스럽게 도와주고마스크를 깜빡한 사람이 타면 말없이 빌려준다.장날 시내버스는 배려심과 인정으로 항상 만원조급함과 욕심이 없다. 시인 오봉수는2021년 계간
실외기 오봉수처마 밑에서불평 없이 진땀을 흘린다폭염에아들 대학 등록금 마련하기 위해신축 아파트 공사장에서낡고 구멍 난 런닝을 입은 채막노동을 하시는 아버지열대야에고3 수험생 딸마중하기 위해버스정류장에서 손부채로 버티면서늦은 밤까지 기다리시는 어머니 시인 오봉수는2021년 계간 시 등단2023년 계간 수필 등단 창원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경찰문화대전 특선 사천문인협회 회원 늑대거미를 토하는 여자
아버지의 서랍 오봉수 한국 전쟁 참전 용사인 아버지의 서랍은항상 자물쇠로 잠겨져 있었다아버지는 혼자 있을 때만 서랍을 열어보고누구의 접근도 허락지 않고아무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멸치 선단 그물꾼이자 조리사로 술을 마셨을 때는 항상 사주경계 후자물쇠의 무장을 해제하여서랍 속의 무언가를 만지작거리셨다발목지뢰 같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후첫사랑 편지처럼 움켜쥐고 있었던비밀창고는 강제로 개봉되었고다정하게 웃고 있는 조부모님의 사진 한 장과한국전 훈장이 있었다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가장으로외롭고 지칠 때마다 서랍을 열어보고가족들을 위해 힘
늑대거미를 토하는 여자 / 오봉수 K는 40대이자, 20년 차의 경찰관이다.경찰관은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을 접하고, 그들의 생로병사에도 관심이 많고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예전에는 가정폭력 사건이 가족이나 부부간의 문제로 한정되었으나, 최근에는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주간 근무 날이었다.112로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됐고, 컴퓨터 모니터로 신고 내용을 유심히 읽어보았다.어제 낮에도 112 신고가 접수된 곳이어서 신속하게 현장으로 출동했다.엘리베이터가 없는 오래된 아파트의 6층을 힘
은행나무 오봉수 내 나이를 나도 정확히 모른다사람들은 대충 천년을 살았다고 한다매년 영양제와 외과수술로 생명을 연장하지만솔직히 나는 순리대로 살고 싶다나도 이젠 누군가의 나무 의자가 되면서한 줌의 흙처럼 잊히고 싶다폐경에 가까운 몸으로 매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 너무 힘들다난 매일 밤 거침없이 날아오르는 새가가을 냄새처럼 그리운 첫사랑을데려와 앉았다가 사라지는 꿈을 꾼다 시인 오봉수는2021년 계간 등단 창원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경찰문화대전 특선 사천문인협회 회원 [시작노트]태어나서 늙고 병이 들고 죽는
신수도 불확실한 미래에도 희망을 꿈꾸는 섬강한 생명력이 살아 숨 쉬는 섬어머니의 품속처럼 편안한 섬그리움이 쌓이고 정이 넘치는 섬둘레길에 시가 흐르는 섬 그곳으로전입 신고하여파도 닮은 아들과노을 닮은 딸 낳고 대왕기산 밤나무처럼 강건하게신수도 고구마처럼 폭신폭신하게살다가 바람처럼 늙고 싶다 2021년 계간 등단 창원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경찰문화대전 특선 사천문인협회 회원 신수도는 전국에서 이름난 경남 사천시의 명품 섬이다.인구가 줄고 있어 2023년에는 초등학교도 폐교가 되지만, 그리움이 쌓이고
주공아파트 자전거 거치대에고장 난 늙은 자전거가 웅크린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계속된 야근과 불면으로 전조등은 희미해지고아파트 대출금과 학자금 상환에 밤낮없이 뛰어다닌 결과앞바퀴는 닳아서 펑크가 나고기름칠 덜 된 핸들은 관절염으로 방향감각을 잃었다 씽씽 달리고 어깨에 힘이 있을 때는가보(家寶)처럼 집 안에 있었지만몸통에 하얀 꽃이 피자 명예 퇴직자처럼 집 밖으로 밀려났다 자물쇠가 없어도 도난 걱정은 없으며아파트 꼬맹이들이 막대기로 펑크 난 바퀴를 찌르고돌멩이를 던져도 경음기조차 울리지 않는다 밤이면 밤마다깐깐한 아파트 관리소장이